구글식 수학개그
지난 2월 1일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은 2017년도 4분기 실적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이 보고서에서 알파벳은 자사주 매입계획을 발표했는데요. 이들이 밝힌 자사주매입 규모는 $8,589,869,056이었습니다. 보통 회사들은 자사주매입을 할 때 X억 달러 등으로 숫자를 깔끔하게 끊는 반면 구글은 왠지 엄청나게 치말한 계산을 바탕으로 매입 규모를 발표한 느낌을 준 것입니다.
▼알파벳은 자사주 매입 수치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지만, 이 것이 구글식 농담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도대체 이게 뭐가 우스운거지? 라는 생각이 드는데요. 수학자들의 설명에 따르면 이 수는 '완전수'라고 합니다. 현재 인류가 발견한 완전수는 단 50개 뿐인데, 구글은 이번에 자사주 매입에 인류가 발견한 6번째 완전수를 사용한 것입니다.
완전수란?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숫자 6이 자신을 제외한 약수들의 합 (6=1+2+3)으로 표시됨을 알아차리고 이것이야말로 완전한 수의 형태라고 생각했다. 피타고라스학파는 자신을 제외한 양의 약수들의 합으로 표현되는 양의 정수를 ‘완전수 (Perfect number)1)’라고 불렀다. 그들은 알지 못하는 신비로운 믿음으로 인해 어떤 정수가 자신들의 진 약수(proper divisor)들의 합으로 표현되는 경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이것은 부분으로부터 완전한 전체를 만들 수 있을까를 궁금해 했던 것과 일맥상통하는 질문으로 보인다.
▼왠지 격식을 차려야할 것 같은 기업보고서에 이런 유머(?)를 넣은 것만 봐도 구글(알파벳)이 얼마나 창의적이고 개방적인 집단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지간한 회사 같으면 실무자가 이런 숫자를 넣으면 지금 나랑 장난해? 하며 보고서를 집어 던졌을 테죠. 애널리스트나 주주, 그리고 회사의 주요 임원들에게 발표되는 공식보고서에 이런 재치있는 장난을 칠 수 있는 기업은 지구상에서 오직 구글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의 이런 장난은 어제 오늘일이 아니라고 합니다.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구글을 처음 창업했을 당시 회사의 이름은 10^100을 뜻하는 '구골(googol)' 이었다고 하는데요. 창업자부터 뼈속깊이 수학의 향기가 느껴지는 대목입니다.
▼래리 페이지는 구골처럼 엄청난 웹페에지의 정보를 정리해서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아 사명을 결정한 것이라고 합니다. 구골이 구글로 바뀐건 한 투자자가 투자금을 전달한 수표에 회사이름을 구글로 잘못 적어서라는 이야기는 이미 유명한 일화입니다.
▼2004년 IPO(기업공개)를 위해 당국에 서류를 제출할 때도 구글식 수학개그가 포함됐습니다. Google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IPO를 통해 투자자들로부터 유치할 자금의 목표금액은 $2,718,281,828이며, 주식시장에 유통할 A형 보통주의 숫자는 14,142,135개라고 적기도 했습니다. 구글은 투자금 목표에는 자연로그 e(= 2.718281828…)를 A형 보통주의 수는 √2(=1.4142135)를 사용한 것입니다.
▼회사의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결정을 진지함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행동으로 임한 구글, 하지만 그들은 어쩌면 이런 심각하고 중대한 상황에서도 긴장하지 않고 그들만의 자유로움과 창의성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이런 유머로 보여준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구글은 이후에도 기회가 될 때마다 이런 유머를 선보였습니다. 그들은 기술 특허 경매에 참가하면서 경매가로 $1,902,160,540 , $2,614,972,128, $3,141,592,653를 써냈는데 이는 각각 '브룬상수', '마이셀-메르텐스 상수', 'π=3.141592653'를 사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2015년 매입한 자사주 $5,099,019,513.55는 모든 알바펫의 갯수인 26에 루트를 씌운 값인 √26(= 5.09901951359)가 사용됐으며, 2016년 매입한 자사주 $7,019,340,976.83은 2015년 사용한 숫자 26을 활용 26^e'(= 7,019,340,976.83)를 사용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