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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시럽카드 쿠폰 사태를 보며..

Aedi_ 2016. 9. 1. 23:15

요즘 가장 핫한 카드인 '시럽카드'의 사태가 심상치 않다. 최적화해서 사용하면 5%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카드이기 때문에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엄청난 입소문으로 최근 발급좌수가 30만장을 돌파했다.


카드사 주수익인 카드결제수수료가 1.5~2.5% 수준인걸 감안 할때 결제금액 대비 5% 혜택을 준다는 건 처음부터 손해를 감수하고 출시를 하겠다는 의지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NH농협이 BC카드를 버리고 자체브랜드인 NH올원을 출시한 타이밍과 SK플래닛의 시럽카드 확산노력이 만나 탄생한 아름다운 결실(두 회사에게는 눈물의 씨앗)인 것이다. 물론 고객입장에서 볼 때 말이다. 양사는 아마 손해만 나지 않아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상품을 설계했을 것이다.


이 카드에는 농협과 SK플래닛 모두 노림수가 있었다. NH농협의 경우 야심차게 출시한 NH올원 브랜드의 성공이 올해 사업의 가장큰 목표이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많은 준비와 실탄을 확보했을 것이다. 새로 출시한 카드가 많이 발급되야, 성과도 어필하고 성과급도 받고 승진도 할 수 있지 않으가! 어차피 손해가 나는지 안나는지는 올해 실적보고에서 중요한 사항은 아닐 것이다. 단지 얼마나 단기간에 많이 NH올원 브랜드의 카드를 보급했느냐가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고객입장에서야 땡큐)



SK플래닛 또한 시럽카드의 확산과 시럽앱의 활성화를 위해 준비한 비장의 카드가 바로 NH 시럽카드이다. 시럽카드는 카드혜택인 쿠폰을 시럽앱에서만 다운받을 수 있고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시럽앱의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될것 이다. 1,400만명이 쓰는 우리나라 최대의 전자지갑 서비스라고는 하지만, 엄청난 유지비용과 마케팅 비용만 들어갈 뿐 수익측면에서는 SK플래닛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있는 시럽. 이런 시럽에서 또 하나의 실험으로 진행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어쨋거나 농협 시럽카드는 현재 회원수만 30만명이고, 매일 3,000명이 늘어난다고 생각하니 꽤 많은 트래픽을 시럽에 돌려줄 것이다. 트래픽만으로 볼때 SK플래닛의 실험은 일단 성공이다.(물론 이 트래픽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 라는돈 완전 다른얘기)


농협과 SK플래닛 양사간의 각자 원하는 목적이 있었기에 탄생할 수 있었던 시럽카드! 하지만 최근에 양사는 이 카드가 비장의 카드가 아닌 함정카드라는 것을 깨달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양사의 예상보다 쿠폰의 사용률이 높았기 때문이다.


앞서 말했던것 처럼 카드사가 가져가는 수익은  카드 결제금액의 1.5~2.5%수준이다. 그런데 시럽카드의 경우 5%의 혜택은 준다. 숫자로만 놓고 보면 2배나 손해보는 장사이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지만, 여기에는 낙전수입이라는 꼼수가 숨어 있었다. 시럽카드 쿠폰의 경우 그달 1일부터 발급이 가능하며, 쿠폰의 유효기간들 그 달의 말일까지다. 따라서 바쁜 사람들은 쿠폰을 다운로드 받는 것 조차 잊을 확률이 있고, 다운로드 받은 쿠폰도 깜빡하고 못쓸 경우가 생긴다. 농협과 시럽은 이런 낙전을 예측하고 시뮬레이션을 하여 카드혜택을 5% 수준으로 제공해도 손해가 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을 것이다. 물론 SK플래닛에서 시럽의 마케팅 비용을 일부 돌려서 시럽카드 쿠폰혜택 비용 중 일부분 보전해줬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게 왠걸... 낙전률이 예상보다 너무 낮다. 10명중 2-3명은 안쓸 줄 알았는데 10명 중 10명이 모두 혜택을 찾아 먹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한 여름이지만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손실에 시럽카드는 급기야 과감한 결단을 내린다. 바로 쿠폰을 소액권만 교환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꾼것, 예전에는 4만원짜리 주유쿠폰을 받을 수 있었지만, 9월 1일 부터는 5,000원 / 10,000원 금액권으로만 교환이 가능하다록 했다. 다만 11번가 쿠폰은 2/4만원 쿠폰을 유지했다.(SKP의 11번가 사랑은 정말 대단하다.)


주유소에서 4만원짜리 쿠폰을 사용해서 주유를 할 수 있는 것을 굳이 쿠폰 금액을 낮춰서 1만원 짜리 4개를 교환하고 방문시 1매의 쿠폰만 사용할 수 있도록 한것이다. 따라서 기존에는 주유소에 1번 방문해서 4만원 주유가 가능했지만, 9월 1일 부터는 하루에 1번 1만원짜리 쿠폰을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것이다. 이렇게 되면 4만원어치 주유쿠폰을 사용하기위해서는 1달에 4번 주유소에가야 한다.


이렇게 되면 낙전률도 높아지고, 주유소 입장에서도 더 많은 매출을 기대할 수 있다. 이로써 한숨 돌리겠지 라고 담당자들은 생각했겠지만, 이게 왠걸 고객들의 반발과 민원으로 인해 하루만에 정책을 변경한다. 예전히 고액권 쿠폰은 구매할 수 없지만. 주유소 등에서 1만원짜리 쿠폰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것.


관련기사 : NH농협 시럽카드, 쿠폰 소액권만 주려다 '낭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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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0·1만원 소액권 쿠폰만 가능” 깜짝 공지에 뿔난 소비자들 


지난 달 30일 농협카드는 주유소 3사(에스오일, GS칼텍스, SK엔크린)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11번가, 영화관 메가박스 쿠폰을 9월 1일부터 기존 1만·2만·4만·8만·10만원권에서 5000·1만원 등 소액권으로만 지급하겠다고 공지했다. 


소비자들은 크게 반발했다. 주유소 3사와 11번가에서는 쿠폰 중복 사용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사용량을 줄이려는 꼼수라는 지적이었다. 일부 카드 이용 고객들은 “쿠폰 지급 기준에 맞춰서 이번 달 소비를 했는데 다음 달이 되기 직전에 이런 식으로 갑작스럽게 공지를 내나”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같은 논리라면 500원, 1000원권만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가능해지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반발이 이어지자 농협카드는 31일 오후 늦게 다시 공지를 내렸다. 주유 쿠폰을 5000·1만원 소액권으로만 지급하는 정책은 유지하되, 중복 사용을 가능케 했다. 11번가에서는 2만·4만원권을 부활시켰다. 


농협카드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불만은 여전하다. 시럽카드를 사용하는 직장인 안모(37)씨는 “소액권만 발급해주는 것은 절차를 번거롭게 만들어서 쿠폰 사용을 줄이려는 의도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면서 “쿠폰을 한번 쓸 때 시럽 앱을 켜고 쿠폰 바코드 번호를 입력하기 때문에 시간이 꽤 걸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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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조선비즈


그냥 기존처럼 4만원짜리 쿠폰을 제공하면 될것을, 굳이 고객들이 번거롭게 1만원짜리 쿠폰 4개를 다운 받고, 결제시에도 눈치를 보며 바코드를 4번을 찍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


고객들을 민망하고, 불편하게 해서라도 손해를 줄여보자는 노력이 눈물겹다. 스마트폰에서 쿠폰을 바보처럼 쓰게 만드는 농협과 시럽의 콜라보가 안쓰럽다. 과연 이런 불쾌한 경험을 고객에게 제공하면서 기껏 자신들이 쌓아온 브랜드파워와 기업이미지를 깍아 먹는 행동을 하고 있다.



더군다 시럽카드 쿠폰의 경우 사용한 쿠폰과 사용하지 않는 쿠폰이 구분되지 않기 때문에, 소액권으로 여러 쿠폰을 다운받아 놓다 보면 내가 사용하지 않은 쿠폰을 찾기 위해서 계산대 앞에서 다른사람들의 눈총을 받으며 계산을 하는 상황이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작금의 사태를 보며 시럽카드가 좋다고 여기저기 떠들면서, 지인과 가족 포함 주변사람들에게 시럽카드를 발급시켜줬던 내 입장이 참 난감해졌다. 아마 내일부터 '에이 뭐 이런걸 좋다고 추천한거야? 나 그냥 옛날에 쓰던거 쓸래..' 등의 소리가 들려올 것 같다. ㅠ.ㅜ


양사 담당자 모두 대내외적으로 엄청난 압박과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겠지만, 이번 사태로 손해는 손해대로 보고, 기업이미지는 이미지대로 깍아 먹는 일이 없도록 잘 매듭지어 주었으면 한다. 두 회사다 1년 몇십억 정도의 손해는 감당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위로가 될지 모르겠지만 1년에 백업 넘게 손해 보는 카드도 많지 않은가..(참고 : 카드사의 불효자 적자카드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