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어드바이저
요즘 뉴스에서 종종 나오는말 중에 하나가 '로보어드바이저' 다. 말 그대로 로봇이 내 자산을 운용해주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로봇은 아니고 그냥 컴퓨터 프로그램이다. 컴퓨터 프로그램에 여러가지 경우의 수와 시장환경 등을 고려한 동작 방식(알고리즘)을 설계하고 그 조건에 맞춰서 자동으로 주식, 펀드, 채권등을 매매하는 것이다.
△ 요즘 화두인 로보어드바이저
말만 들으면 굉장히 혁신적인 것처럼 보인다. 시대가 발전하니 이젠 똑똑한 사람이 했던 일까지 로봇이 하는 시대가 됐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 보면 별 것 아닌 말장난이구나 하는 걸 알 수 있다. 물론 장점이 없지는 않지만... Robo Advisor의 현주소에 대해서 알아보자.
먼저 로보-어드바이저의 원리를 알아보자. 앞서 말한것 처럼 사람이 미리 정해 놓은 여러 조건들을 고려해서 컴퓨터가 그 조건에 따라 자동으로 주식, 펀드 등을 매매하는 것인데, 이건 예전부터 사용되어진 프로그램 매매(주식을 컴퓨터가 정해진 조건으로 사고팜)와 별차이가 없다. 말이 로봇이지 결국 사람이 이럴 경우 이렇게 하고, 저럴 경우 저렇게 하라고 미리 정해 놓는 것이다. 그리고 그 로직을 계속해서 개선해 나가는 것도 사람이다. 말 그대로 사람이 로봇을 뒤에서 조종하는 것이지, 로봇스스로가 학습하고 경험을 쌓아서 점점 발전해가는 구조가 아니다. 현재 인공지능 기술은 우리가 상상하는 만큼 정교하지 못하다. 그게 그렇게 정교했으면, 이미 로보-어드바이저 투자 열풍이 불었을 것이다.(현재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점유율은 1%도 안된다).
슈퍼컴퓨터 vs 체스챔피언의 대결도 아직까지 무승부이다. 체스에서조차 인간과 비등한 수준의 인공지능인데. 그 보다 훨씬 변수가 많은 곳에서 우리는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빌게이츠가 1,000명이 있어도 현재의 기술로는 불가능하다.
전설적인 투자가와 노벨상 수상자 들이 만든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ong Term Capital Management)도 엄청난 손실을 발생시킨채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로보어드바이저는 아니지만 이미 증권사가 알아서 우리자산을 관리해주는 랩 어카운트라는 개념이 있다. 차이점은 운용을 사람이 하냐 컴퓨터가 하냐 인데, Wrap은 사람이 하다보니 인건비 때문에 수수료가 로보 어드바이저보다 비싸다.(하지만 수수료는 0.5% 이내의 차이로 그렇게 부담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예전이야 랩어카운트 하나 말들려면 수천만원이 있어야 했지만, 요즘은 적립식상품도 있어서 매월 10만원 이상만 적립하면서 가입이 가능한 상품도 있다. 이미 일반인들의 진입장벽은 없어진 셈이다.
△랩(Wrap) 어카운트 상품(출처:매일경제)
여기까지 부정적인 얘기만 했는데, 그렇다면 로보어드바이저의 장점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엔 다소 생소한 개념이라서 관련자료가 거의 없어, 비루한 영어실력이지만 미국의 사례를 찾아 봤다.
△ 미국의 대표적 로보어드바이저 제공회사
미국의 경우 wealthfront와 Betterment가 대표적인 Robo-Advisor 회사인데, 이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봐도 다른상품 대비 뛰어난 수익률을 기록했다는 홍보물을 찾기 어려웠다.
하지만 분명한 장점은 있다. 크게 3가지를 꼽을 수 있는데
1. 기존상품 대비 운영수수료가 싸다.
2. 투자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 없다. 그냥 다 알아서 해준다.
3. 컴퓨터는 잠을 자지 않는다.(쉬지 않고 일한다.)
는 점이다.
물론 아직 생소한 분야고,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하려는 단계에서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하지만 요즘 언론에서 소개되는 로보어드바이저에 대한 내용은 모두 장미빛 예측이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이쪽 분야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무언가 대단한 건가보다 하면서 말만 번지르르한 기술의 호객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이젠 사람이 사람을 속이는게 아니라 로봇이 사람들 속일 수도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나는 이점이 우려스럽다.
로보어드바이저, 분명 잠재력은 있다. 하지만 랩어카운트 등 대체할만한 상품이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만의 차별적인 경쟁력을 사람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사람은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런 사람이 만든 로봇도 실수를 한다. 그리고 그 실수와 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업그레이드가 되고 점차 완성도가 높아진다. 그런데 아직 시작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사전에 테스트를 충분히해서 완성도를 높힐 수 있다. 하지만 인생은 실전이다. 아무리 테스트를 많이 해도, 현실에선 예측할 수 없는 변수들이 항상 발생한다. 이게 포인트다. 그렇게 때문에 Robo-Advisior에게도 경험을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
호기롭게 시작하다 첫단추 부터 꼬이면, 대책이 없다. 신중해야 한다. 그래서 언론을 통해 요란하게 홍보를 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조심스러워야 한다. 물론 홍보를 통해 투자도 받고, 사람들의 이목을 끌 필요는 있지만 사람들의 기대감을 높혀 놓고 이를 충족시키지 못하면 사기꾼 취급을 당할 수 있다.
요즘 핫키워드인 핀테크 열풍 중에 하나로 떠오른 로보어드바이저, 허황된 장미빛예측과 홍보만 요란한 서비스가 되기보단 차분히 그리고 단단하게 성장하기를 기대해 본다.